여행

20231114_이탈리아 숙소

소풍 끝내는 날 2023. 11. 15. 15:54

어제 바티칸 광장 앞 기념품 가게에서 쇼핑하고 숙소 옆 공원을 산책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하고 숙소 방에서 푹 쉬다.  지금 짐 다 챙겼고 체크아웃 9:30에 하면 된다.   테르미니역에서 500m 떨어진 곳으로 숙소를 옮긴 후 로마의 마지막 밤을 보내면 된다.  오늘 일정은 단 하나.  보르게세 미술관이다.  

3주 여행하면서 현재까지 4개의 숙소를 다녔다.   특색도 있지만 비슷하기도 하다.  진리는 단 하나.  비싸면 좋다는 것.  가성비 좋은 숙소를 위해서는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찾으면 된다.  

• 첫 번째 숙소 / 로마 : 메트로 A Ponte Lungo 역에서 400 미터 거리다.  교통편이 아주 좋다.  주택가에 위치하기에 안전하고, 매일 가는 가게 주인과 친해지고, 숙소에 체크인하기 위해 온 그리스 커플과 대화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공동 샤워실이 엄청나게 좁고 청소는 4일 동안 한 번도 안 해주며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지도라도 보려면 플래시 라이트를 이용해야 했다.  가장 만족도 떨어지는 숙소였다.  


• 두 번째 숙소 / 피렌체  : 피티궁 바로 앞에 위치해서 숙소를 나가면 좋은 식당이 줄지어 있고 전경이 훌륭하다.   그런데 피티궁이 피렌체 아르노강을 건너서 저 안쪽에 있다는 걸 한 달 전에 예약할 때는 당연히 몰랐다.  Santa Maria Novella 역에서 1.5km 떨어져 있다는 것도 알 리가 없지.  저녁에 기차역에서 내려서 거의 30분 동안 무거운 트렁크를 낑낑대며 끌고 가야 했다.   문을 열쇠로 열고, 닫고, 폐소공포증 일으키는 좁은 공간에 들어가고, 나와서는 다시 문을 닫아야 하는, 1900년대 초의 엘리베이터를 겪은 곳도 바로 그 숙소다.   방은 좁았고 공유 욕실이었지만, 깨끗하게 매일 청소됐고 체크아웃 날 짐을 오후까지 맡길 수 있어서 편리했다.


• 세 번째 숙소 / 나폴리 : 기차가 나폴리에 도착하는 시간이 오후 5:43인데 주인은 5시면 퇴근이라 한다.   What’sApp이나 Telegram으로 숙소 들어가는 방법을 알려 준다는데 뭐가 문제인지 what’sApp 인증에서 막히는 거였다.   주인은 인내심 있게 차근차근 들어오는 방법을 알려 주고도 불안한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 한다.   기차역 바로 건너편 400 m 거리에 있어서 교통은 좋다.   그런데 기차역을 나와 가리발디 광장을 가로질러 숙소 근처에 가는 길에 엄청나게 많은 흑인 인구에 깜짝 놀랐다.   숙소 찾기와 비번 누르고 들어가는 건 쉬웠다.  그런데 20세기 초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버튼을 눌렀지만 꼼짝도 안 한다.   숙소가 5층이라 (실제로는 6층) 무거운 짐을 낑낑대고 계단 다 올라갔는데 숙소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도움을 청하려고 휴대폰을 보니 주인이 메시지 여러 개를 이미 보냈다.   다시 짐을 끌고 0층(ground floor)으로 가서 주인을 만나다.   좌측이 아니라 우측 안쪽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고 다행히 21세기 엘리베이터였다.   놀라운 것은 주말은 무료 운행하지만 주중엔 0.1유로 동전을 넣어야 작동한다는 것이다!   실제 80년대 공중전화기 같은 것이 엘리베이터 안에 있어 저게 뭔가 싶었다.   영어가 짧은 주인은 친절했고 방은 넓고 욕실이 붙어 있었고 조명도 밝았다.   처음으로 맘에 드는 숙소다.   그런데 마지막 날까지 바쁘다가 숙소 사진 찍는 것을 깜박했다.   친절한 주인분께 한국에서 가져온 마스크시트를 선물했더니 찐 감동 하신다.  역시 인간의 마음은 통한다.    나도 편안한 잠자리와 커피, 찻잔, 병따개 등 소소한 편의에 많이 감사했다.  
그런데 아뿔싸.  마지막날 오전 카스텔 산텔모 갔다가 시간 늦어 허둥거리는 바람에 사진 전혀 못 찍었다!

• 네 번째 숙소 / 로마 : 메트로 A Battistini 방향 끝에서 두 번째 역 Cornelia에서 출구에 따라서는 900m를 걸어가야 한다.    로마 중심가에서 꽤 멀기에 시설은 이제까지 묵었던 숙소 중 가장 좋다.   럭셔리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가난한 배낭여행자의 숙소는 어째 시간이 갈수록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ㅋ   일단 엘리베이터가 한국에서 보던 것과 같고 넓은 방과 개인욕실은 기본.  책상이 있고 TV 채널 20은 이탈리아어로 더빙이 안된 찐 미드를 방영한다.  오래된 것이긴 하지만 “Person of Interest”나 “Big Bag Theory”를 저녁에 쉬면서 보았다.   이탈리아 방송은 미드나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방영하지만 전부 이탈리아어 더빙을 해서 보기 힘들다.   심지어 리모컨에 자막옵션이 있는데 영어자막은 없다.  처음으로 배우가 영어를 하는 방송을 보니 엄청 좋았다.

조식을 제공하는데 첫날 감동했다.  크로와상, 시리얼, 빵, 치즈, 햄 두 종류, 각종 커피가 제공되는 커피머신, 주스..  너무 푸짐해서 행복했다.   직원들의 서빙도 신속하고 전문적이었다.   우유와 햄으로 단백질 보충하니 오후 늦게까지 배가 든든했다.  행복하더라.


• 마지막 숙소 / 로마 : 테르미니에서 500m 떨어진 곳이라기에 마지막 날 딱 하루 묵었다.  깜짝 놀란 것은 비토리오 엠마누엘레역에서 아주 가까운데 가게 주인들이 모두 중국인들이라는 거다.   심지어 숙소 주인도 중국인이었다.   물론 중국인이 아니라 여기에 오래전에 정착한 중국계 이탈리아인들이겠지만 엄청난 공동체를 이루고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이 존경스럽다.  

숙소는 개인 욕실이 있다는 것 제외하면 로마의 첫 숙소를 떠올리게 한다.   열쇠 네 개를 사용해서 바깥 대문, 아파트 건물 입구, 숙소 입구, 그리고 방을 차례대로 열어야 한다.   주인이 두 건물에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체크인하고 보르게세  미술관으로 급히 갔다.   깜깜한 밤에 오니 착각해서 다른 건물 숙소로 가는 바람에 주민들 여럿 괴롭혔다.   아~~ 이 망할 공간지각력!   수학 잘하고 논리적 사고력 있으며 공간 지각력 좋은 파트너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   이생망 소원일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