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0230503_양구_평범한 하루

소풍 끝내는 날 2023. 5. 3. 18:32

정신 차려 보니 04:00.  불이 환하다.   어제 잠깐 쉰다고 누웠다가 새벽까지 내처 자 버린 것.   개기다가 04:20 일어나서 chai 준비하고 Russia 단어장 암기.  62개 단어 복습 마무리 후 단어장에서 삭제하다.   Daum은 총 50개의 단어장만 제공해서 더이상 새로운 단어장을 만들 수 없기에 기존 어휘 수가 적은 단어장은 복습 후 삭제해야 한다.  어느 새 저장된 단어 수는 12,000개가 넘는다.   그래도 새로운 어휘는 끝없이 나오고 얼굴은 알겠는데 이름은 모르는 무수한 사람들처럼 본 적은 있는데 뜻은 기억 안나는 단어는 넘쳐난다.   이 아둔한 뇌라니.  

07:30 출근하다.   새 수건을 받아가야 하는데 할머니는 아직도 주무시는 중.   어쩌나..   차 시동을 걸어놓고 문을 두들기다.  다행히 깨신다.   수건 달라 하니 평소처럼 두 개 꺼내시는데 수건 하나 더 달라 하니 손가락 모양만 보고 하나 덜어 내신다.  약한 청력 탓일까 아님 수건 하나 아끼고 싶은 마음의 표현일까.   일 끝나고 샤워해야 하니 세 개 달라하니 떨떠름한 표정으로 하나 더 얹으신다.   나도 이런 일이 신경 안쓰이면 정말 좋겠다. 

평소처럼 내가 제일 먼저 도착이다.   주차 후 방풍자켓 걸치고 운동장 한바퀴 돌아서 건너편 정원을 구경하다.   우레탄이 깔린 운동장은 폭신하다.   돌아오니 에어 넣는 소리가 들리고 이정환이 보인다.   최석현은 민방위 훈련 때문에 오늘 결근이며 본인은 오늘 근무 후 비봉초 돔 설치 도우러 갈 것이고 다음 주 월부터 나와 수업할거라고 한다.   맙소사.   정말 강사 구하기 어렵긴 한가보다.   아침 안먹었다고 샌드위치 사와서 나눠 먹는다.  맛있게 먹으며 거창한 주말 계획 (목:두타연, 금:곰취축제, 토-일:DMZ 펀치볼 트레킹, 다음 주 금 국토정중앙천문대 캠핑 등)을 자랑하다.  흠.

윤희상 08:20 풀 청소하려는 것을 오늘 두 타임 수업하니까 냅두라고 내가 흡입+뜰채 둘 다 한다고 하다.   별 말 없이 수긍하다.   사실 그동안 그가 지난 이틀 모두 오후 풀바닥 청소를 다 했기에 이정도는 내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든다.   그리고 오늘 그는 수업 후 서울 간다고 샤워실 청소를 못한다고 하기에 그것도 한다고 자원하다.    그 때문인지 평소 거의 말을 섞지 않고 조용하던 그가 먼저 말을 걸고 small talk을 시작하기에 자연스레 신변 얘기를 하게 되다.  체대 나왔고 어린이 수영과 스키(8년)을 가르쳤고 지금은 영어유치원 앨범 작업을 하며 산다고 한다.   94년생.  30살.   젊다.    2007년 서영에서 가르치던 애들이 93년생이었나?   이현호 유영오 신예림..  그 아이들도 지금은 서른이 넘었겠네.   어디서 뭘 하며 잘 살고 있을까..  

갑자기 두 사람이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장학사와 그 동료다.  예고없이 교육청 관계자와 교장 교감 참관수업이 되어 버린 것.   평소처럼 하라고 윤희상을 격려하다.   2학년 3반 수업.  그는 약간 긴장한 듯 했지만 평소보다 더 자세한 수업을 진행했고 아이들도 많은 어른들의 존재를 의식한 탓인지 잘 협조했고 아이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어른들은 기특하다며 웃음짓고 사진 찍는다.  별 탈 없이 넘어갔다.    끝나고 아이들을 출수 시키면서 수모와 머리끈 풀기를 지시하다.  시간낭비와 고생을 덜 수 있었다.

나의 3-3 수업.  단체 연습을 시킬 수가 없을 정도로 물공포증이 심한 아이들이 많다.  

오늘 두 아이가 갈아 입을 옷을 안 가져와서 교실까지 애들을 보내서 옷을 가져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옷을 가지러 간 아이의 짐을 나의 착각으로 2-3으로 보냈고 해결하러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내 단기 기억력.  해마가 점점 제 구실을 못하나 보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는 건 진리다.

점심 후 행정실에 가서 이틀 치 신문 찾았고 커피 포트에 끓인 물을 얻어서 맥심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작은 행복이다. 

어제 이어 오늘 양구교육도서관 열람실 오다.   16:00부터 2시간 30분동안 밀린 양구로그를 타이핑하다.    귀차니즘.   어쩌겠어.   하기만 해도 다행이 아닐까.   오글거리는 자기 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