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4_천안
1. 천안역
2. 유관순열사 사적지
3. 유석 조병옥 박사 생가
4. 아우내 삼일운동 독립사적지(병천순대거리)
5. 독립기념관
6. 리각 미술관
7. 태조산 각원사와 청동대좌불
8. 성성호수공원
천안을 당일치기 여행하다. 나의 여행 루틴: 먼저 관광안내소를 방문하여 관광지도를 얻는다! 기차역에 주로 위치한 관광안내소는 깔끔한 관광안내지도를 무료제공하며 시티투어나 지역축제에 대한 정보도 준다. 더하여 나의 애정템 지역소식지! 제목은 천안사랑이었다. (춘천 소식지 "봄내"에서도 좋은 정보 많이 얻었지) 천안역 앞 주차장에 주차 후 (기본 30분 천원) 천안역 정문 오른편에 위치한 관광안내소에서 두 가지 모두 얻다. 아쉽지만 춘천같은 스탬프 수첩이나 경품지급은 없다. 시티투어는 화목토일만 하기에 오늘은 차로 돌아야겠다. 많이 덥다.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가 아니라 지구가 펄펄 끓는(global boiling) 시대. 앞으로 지구에서 생명이 살아갈 수 있을까. 노년이 편치 않을 것은 당연하고 앞으로 살아야 할 생명들이 안쓰러운 시대.

나오는데 역 왼편으로 천안옛날호두과자 가게가 보인다. 천안 왔는데 호도과자 안먹으면 섭하지. 얼른 들어가다. 다양한 호두과자가 고급진 상품으로 진열되어 있다. 앙버터호두과자가 보인다. 호두과자는 아는 맛이니 새로운 맛을 탐험해 보자. 한박스 20개 만원. 갈증해소를 위한 아이스아메리카노까지 주문하고 흰앙금 호두과자 4개를 덤으로 받았다. 감사해라. 아니 근데! 비싼 앙버터호두과자보다 값싼 흰앙금 호두과자가 더 맛있잖아!! 이런 저렴한 취향이라니 ㅋ.

첫 장소는 유관순열사 사적지. 도착했는데 1.2km 더 가면 생가가 있다고 한다. 거기로 바로 가다. 가다보니 조병옥 박사 생가가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있단다. 다음 코스로 가기로 맘먹다. 작고 아담한 ㄱ자형 초가집. 작은 크기의 방 3개와 가마솥과 아궁이가 있는 부엌, 그리고 마당 왼쪽에 있는 건 헛간인가? 여기서 부모와 3남1녀 여섯 가족이 복작복작 살았겠지. 방에는 마을의 어른들이 아우내 독립만세운동을 논의하는 모습과 태극기를 직접 만드는 모습이 실물크기 인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5명의 어른이 1919년 4월 1일 아우내 독립만세운동을 논의하는데 유관순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맨 좌측과 우측에 계신다. 부모는 본인들이 계획하고 실행한 아우내 독립운동 당일 일본군의 총에 맞아 돌아가셨단다. 그렇구나. 뜻있는 어른들이 주변에 있었기에 스물도 안된 어린 유관순이 선각자적으로 현실참여할 수 있었구나라는 깊은 깨달음.



조병옥 생가는 873m 떨어져 있다. 역시 작은 초가집. 이번엔 일자형이고 마당 왼쪽에 외양간과 오른쪽에 우물이 있다. 외양간의 구유가 귀여웠고 우물 입구는 덮혀 있고 못질까지 되어 있다. 입구의 안내판에는 "항일독립운동과 대한민국 건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몸바쳤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당시의 혼란한 시대만큼이나 조병옥이라는 사람도 공과가 엇갈리기에 찬양일색의 설명은 보기 거북했다. 당시 보기 드문 해외 유학파에 출세한 정치인 중 하나이며 역사책에 이름이 들어갈 정도의 활동을 한 사람 정도인 것은 맞다.

다시 1.2km 운전해 나와서 유관순열사사적지. 깨끗하고 넓고 장엄하게 꾸며놨다. 기념관은 사람도 거의 없는데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놨다. 고급진 박물관에 전시된 것은 참혹하고 피비린내나고 비정했던 당시의 역사이다. 1902년에 태어나서 1919년 경성에서의 3.1운동, 고향에서의 4.1 독립만세운동, 심지어 감옥에서도 3.1운동 1주년 옥중만세운동을 주동했단다. 결국 1920년에 18년도 못살고 고문받다 옥중사했다. 왜 당시 사람들은 감히 평화시위할 계획을 세웠을까. 수백만이 동시에 궐기하고 대한독립 외치면 군국주의 일본이 순순히 무기를 버리고 철수할거라 정말 믿었을까? 당시의 역사적 배경으로 항상 언급되는 것이 1918년 제1차세계대전의 종식과 미국 대통령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원칙"이다. "어떤 민족도 자유롭고 동등하게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 당시 지식인들은 이 세계사적 흐름 속에 목소리를 크게 내면 미국 등 강대국들이 압박을 가할 것이고 일본이 식민지배를 포기하지 않을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정적인 오판이었다. 민족자결은 "패전국(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오스만 제국 등)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만 해당되는 원칙이었고 동양의 조선은 일본과 구별도 안되는 듣보잡 나라였으며 1905년에 미국은 이미 일본의 조선 지배를 비밀리에 승인한 상태였던 것이다 ( 가쓰라-태프트협약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4XXE0066158 )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성동일 이일화의 장녀 보라는 독재에 항의하는 데모를 하다가 경찰에 쫓기고 맞고 오기도 한다. 그러자 이일화는 오직 딸만을 걱정하며 빗속에서 오열하며 데모하지 말라 애원하고 성동일은 "인생 망치려고 환장했냐"고 고함을 지른다. 사실 지금에야 친일이라 평가하지 그 당시에는 일제 앞잡이하며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독립 후에도 남한은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했다. 유관순과 독립기념관은 웅장하게 지어놓고 기념식은 화려하게 지내면서 뉴라이트와 식민지근대화는 득세하고 위안부는 돈받는 매춘부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이가 내가 틀린 말 했냐라며 기세등등한 이 묘한 현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데 죽은 이들을 제사 지내면서 그 잿밥은 거하게 독차지하는, 현실의 기득권자들이 진정한 승자가 아닐까. (친일파 이완용 재산, '여의도 7.7배 규모'…후손 대물림 여전 - YouTube) 그렇다면 현재와 현실 속에서 다른 이들의 판단에 휩쓸리지 않고 바른 판단을 한다는 것은, 이해손실을 따지지 않고 그렇게 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 더하여 행동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한 용기가 필요한 일일까.
병천순대거리는 전형적인 시골시장이고 지척에 있는 아우내 삼일운동 독립사적지는 작은 비석만 있는 쓸쓸한 풍경이었다.

독립기념관. 거대했지만 유관순열사사적지에서의 생각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서 마당만 차로 돌고 오다. 그들의 뻔한 놀음에 장단 맞추기 싫다.
태조산으로 향하다. 리각미술관이 보이기에 들렀는데 공사 때문에 간판도 찾을 수 없다. 엄청난 청동 작품들이 마당에 여러 점 전시되어 있던데 성인 키보다 더 높은 청동상들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각원사. 거대하다. 종교건물은 클수록 더 많은 신자를 모으는 건가. 그러고 보면 인간에게는 바벨탑에 끌리는 본능이 있는가 보다. 거대한 건물일수록 더 많은 물자와 사람들이 모일테고 대규모 군중에 섞이면 묘한 안정심리가 발동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혼자서는 못하는 것이 여럿이면 하게 되는데 그때 이것이 잘못된 일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력까지 마비되고 더 최악으로는 남의 판단을 자기 것으로 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강자와 주류들이 하니까 유행이니까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심지어 허영과 갑질까지도.


청동대좌불은 거대했다. 아미타불로서 높이 15m 둘레 30m 귀길이 1.5m 손톱길이 0.3m 청동무게 60톤이라 한다. 무신자의 자유생각은 끝없이 나래를 편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6년간의 고행 (소승불교의 자학적 고행은 상상을 초월한다) 후 우유죽을 얻어먹고 보리수 아래 명상하다 깨달음을 얻었다는데 아미타불은 어찌 풍만하고 부드러운 풍채를 지니고 계실까. 나잇살이 붙으셨던걸까. 아님 인간은 가난하고 못먹어서 마른 몸은 싫어하기 때문일지도 몰라. 부 건강 성공을 주는 신이 비쩍 곯으면 좀 모양 떨어지겠지. 원숄더의 얇은 시스루 의상은 전형적인 인도식인데 삼국과 고려시대에 나타나셨더라면, 더 안좋게 조선시대에 아니 지금 이 시대에 나타나시더라도 풍기문란으로 지탄받으실 수 있겠다. 축 눌어진 귓불에 있는 구멍은 귀걸이를 위한 피어싱 흔적이겠지. 왕자님이셨기에 화려한 장신구도 하셨고 그 흔적이 남은 걸까. 머리에 있는 동글동글한 원들은 남국인 특유의 까만 곱슬머리를 형상하는 것이겠지. 고타마 싯다르타와 나사렛 예수가 지금 한국의 서울에 나타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도 대학 안 나왔다고 무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백인이 아닌 그들은 외국인 노동자 취급을 받았겠지. 아, 수천의 팔로워가 있는 인플루언서라면 대접이 달라지겠지??!



천안삼거리 공원은 공사중이고 2025 재개관예정이라 패스. 천안삼거리 공원은 도심 한가운데라 패스. 성성호수 공원은 전형적인 인공호수이고 너무 더웠다. 해먹에 잠깐 누웠던게 제일 좋더라. 이른 귀가. 지독히 더운 한여름의 여행은 앞으로는 안하겠다. 지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이 더위로 개고생 한다지. 측은지심 절로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