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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230428_양구_첫수업_박수근 미술관

양구초 첫 수업.  작년 11월 16일 마지막 수업 후 처음이라 복습도 하고 새로운 선생님들과 잘 지낼지 걱정도 하면서 오다.  양구초.  아름답다.   맑은 공기.   파란 하늘.  먼 산들이 어우러진 자태.   학교는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체육관, 유치원, 급식실 등 시설은 수도권 학교 못지 않다.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고 운동장도 없으며 일단 학교에 들어오면 사방팔방이 복도로 연결되어 바깥 공기 마시기도 어렵고 교문을 나서면 인도로 돌진하는 차 때문에 사고 날까봐 걱정해야 하는 서울과 수도권 초등학교들.   아침 7:30부터 와서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건강한 양구의 아이들.    그네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실감하길 바란다.

양구초와 LSK 이동식 수영장

원래 08:30 출근이지만 첫날이니 08:00까지 오래서 07:50에 도착했더니 최석현 벌써 분주히 일하고 있다.    그의 성실성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샤워실 커텐 달기, 구명조끼 정리, 의자와 샤워실 정리 등을 하다보니 파트너 "윤희상" 도착.   평창 출신으로 원주에 거주 중이며 LSK 일은 코로나 전부터 했고 수업 경험도 많단다.   (본부장은 경험 없는 강사라고 내가 시범 먼저 보이랬는데 ㅋ)   첫날  1/2교시 2-1, 3/4교시 수업 없고 5/6교시 6-1이다.    난 2학년 수업 경험 없다고 윤쌤 먼저 하기로 결정.   본부장은 사고 없을 것, 그리고 성차별적 발언 하지 말 것을 각별히 부탁한다.   ("요즘엔 여자가 남자보다 힘이 약하다고 해도 걸고 넘어지더라고요.   아니 근육량이 다른 건 엄연한 사실인데 그런 말도 못해요?"  ((어이상실한 상황이며 부당하다는 어감 가득))    "과도기라서 그래요."   ((나는 간결히 말해 버리다.   속으로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여자이고 힘이 약하다고 무시당한 경험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라는 말은 삼켜 버리다.   그런 생각까지 하는 한국남자는 경험상 확률적으로 제로이며 그런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저런 발언은 하지도 않을 거니까))

윤희상의 이론 수업은 안전수칙을 강조한 후 누워뜨기와 노젓기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풀에 들어간다.   호흡하기, 새우등 뜨기 하고, 아이 한명을 예로 삼아 상당히 자세하게 누워뜨기를 설명한 후 성별 따라 개별 수업으로 진행한다.   특이한 것은 예전에 이정환도 그랬지만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는 방법으로 침묵을 택한다는 것이다.   2-3분 선생님이 무표정 침묵을 유지하면 어린 아이들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알아서 서로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며 차츰 조용해 진다.   그러면 여러분이 너무 떠든 댓가로 수업도 진행 안되고 자유시간도 줄어 든다고 엄숙히 훈계를 한다.   나쁘진 않지만 시간 낭비가 많으며  수업이 단절되고 꽉 찬 수업은 안되는 것 같다.  더불어 SNSI 매뉴얼에 없는 새우등 뜨기까지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6-1 내 수업.    누워뜨기 때 예전에 문명원 쌤과 하던 대로 절반씩 남녀 개별 지도를 하자 했더니 여학생 지도를 거부한다.  그냥 두개조 수업을 하다.   

퇴근 후 오늘의 양구투어 선택지는 박수근 미술관.   카맵에서 도보 2.1km 라기에 차를 숙소에 세우고 걸어서 가기로 결정하다. 

서천을 가로 지르는 작은 다리를 건너고 아파트를 지났다.   박수근의 그림을 아파트 벽화나 담장 장식 등 모든 곳에서 살뜰이 써먹고 있었다.   아파트 뒷마당에 길게 늘어선 장독대라니.   시골이 맞긴 하다. ㅋ

어린이 보호 구역이 아니라 노인보호구역이라니.   노인 존중이 합의되고 표명되는 지역임을 알 수 있다.

곱게 자란 나무 사이로 비치는 오후의 햇살.   라일락 향기가 살랑대는 공기.  어떤 외양간 지붕 아래에서는 제비가 날아다니고 집을 짓더라.   박수근 미술관 앞의 카페 이름은 수근수근이라니.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재치가 명랑핫도그 위의 마요네즈와 케첩처럼 교차한다.    차로 3분 1.7km 왔다면 이들을 알았을까.   걸어서 32분 2.1km 왔기에 받은 선물들.  

관람실이 공사 중이라 5월 5일 이후 재개관한단다.   주변만 둘러보다.   박수근 미술관 전체가 잘 꾸며진 정원이자 공원이다.   특히 약간 높은 언덕 위에 자리잡은 그의 묘는 제철 맞은 철쭉이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박두진의 묘지송이 절로 읊어진다.   "북망이래도 금잔디 기름 진데 동그란 무덤들 외롭지 않으이.   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루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의 내도 풍기리.  살아서 설던 죽음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 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이.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 멧새들도 우는데 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었네."

죽음을 공포가 아니라 편안한 휴식으로 여기는 달관.   살아 생전 할 일 다하고 양지 바른 곳에 누웠다.   세상이 자신을 찬양하든 돈벌이의 미끼로 삼든 그 무슨 상관이랴.    완전연소로 삶을 살고 잿더미도 없이 소멸할 수 있다면.    인어공주의 마지막 거품과 같은 친환경적인 종말.   꿈일까. 

갑자기 본부장 전화.    일이 어떻냐는 질문에 진짜 통화의 요점이 그것인 줄 알고 장황히 답변했는데 핵심은 지금 당장 학교로 가서 돔의 공기를 빼라는 것이다.    석현쌤은 퇴근 후 서울로 가는 중이고 주말에 돌풍예보가 있어서 돔의 에어를 더 제거해야 한단다.     다시 1.8km 30여분 걸어 가서 전화로 지시를 받아 작업을 완료하다.    둘째날의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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