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에어로 인천에서 헬싱키까지 13시간 걸려서 왔다. 13시간을 좁은 자리에서 틀어박혀 있는 것. 보통 일이 아니다. 내 좌석은 비행기 좌측의 창가와 복도 사이에 낀 62B. 내 왼쪽의 젊은 금발 더벅머리의 건장한 청년은 그 13시간 동안 한 번도 안 일어나더라. 뭘 보는지 등을 잔뜩 구부리고 아이패드 삼매경에 계속 빠져 있다. 그 스태미나와 집중력에 완전 존경. 내 오른쪽의 예쁜 아가씨는 계속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데 식사 중에 보니 “사랑의 불시착”이다! 말 걸어 볼까 하다가 왕소심과 두통 체기로 두 번의 화장실 갈 때 그냥 친근한 미소만 교환하다.
어렸을 때 차멀미가 심했지만 극복했고 심지어 악명 높은 뱃멀미도 앓은 적 없다고 자랑했지만 비행기 멀미는 앓는 모양이다. 첫 식사는 닭고기 볶음과 찐 밥, 마카로니 샐러드, 모닝빵, 카스텔라, 그리고 작은 팩의 김치가 나왔지만 약간 맛만 보고 그냥 물리다. 물론 간식과 김치는 챙기고 ㅋ. 그리고 얼마 후 구토 오한 두통의 3중 공격에 간헐적 수면만 간신히 취하다. 특히 마지막 5시간은 영원히 머물러 있는 듯. 잠깐 졸다 보면 15분 또 정신줄 놓았다가 정신 차려 보면 20분 경과의 반복이었다.
내리기 직전 13시간이나 옆에 앉았던 아가씨와 말을 트다. 폴란드 사람인데 한국에서 유학 중인 스위스 친구의 초대로 한국에 2주간 놀러 왔다가 귀국하는 길이란다. DMZ에서 부산까지 갔고 한국음식만 먹었으며 비빔밥 떡볶이 바비큐 너무 맛있다고 난리다.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청춘이다.

핀에어의 첫 기내식




기체 아래에 카메라를 달았는지 멋있는 착륙장면 실시간 관람.





환승게이트 앞 화장실. 인도 중동 아프리카 고객들을 위한 배려인지 샤워기가 설치되어 있다.
환승하고 3시간 비행 후 다빈치 국제공항 aka 피우미치노에 도착하다. 총 19시간에 이르는 비행. 짐 찾으러 가는 길이 너무 멀더라. 하마터면 내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할 정도. 그래도 짐 찾고 무사히 나오다.
공항에서 항상 까다로운 것. 시내로 가는 셔틀버스 찾기. 안내서에서는 “3 터미널 6번 출구 길 건너편”이라 했지만 알고 보니 3 터미널 6번 출구 지나서 버스표 구매하는 부스와 버스 승강장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 버스 타고 한국의 서울역에 해당하는 테르미니로 이동.
역 규모가 엄청 커서 포기하고 눈에 띄는 여행안내소에 문의. 다행히 피렌체와 나폴리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힐 수 있었다. 가격대가 사악하지만 어쩌랴. 편의를 위해 돈을 더 써야지.
지하철 역에서 3일 교통패스 구매하려는데 갑자기 먹통. 그래서 담배가게에서 0.5유로 더 내고 구매. (18.5유로) 숙소까지 이동이라는 난관이 남았다. 다행히 구글맵의 도움으로 해결.
숙소는 아파트 형 b&b. 그냥 아파트를 여행자 숙소로 개조한 것이다. 방은 넓고 안락하고 시설은 깨끗하지만 조명 너무 어둡고 공동욕실의 샤워실은 좁아도 너무 좁다.
너무 피곤하고 배고프고 감기 심해서 씻고 사발면 끓여 먹고 감기약 삼킨 후 바로 자다. 정신 차려보니 밤 9시. 먹을 물도 없어서 슬리퍼 끌고 나가다. 어둡고 컴컴하지만 개를 산책시키는 여자들도 있고 식당은 문 열려 있어서 그다지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생수가게는 다 문 닫은 듯. 다행히 인도인 가게가 영업해서 생수와 사과 하나를 1.5유로에 사다.
티스토리 글 올리는데 서툴다 보니 몇 번이고 다시 하게 된다.
첫날은 이리 대충 보내자. 낫기 위해서도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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