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바티칸 박물관+시스틴 소성당+성 베드로 성당+산탄젤로까지. 08:00~17:00 점심도 못 먹고 하루 종일 다녔고 오늘은 07:50~16:50까지 바티칸 박물관에 하루를 온전히 바쳤다. 이간 뭐 완전 관광노동이다 ㅋ. 아침에 박물관 가는 길에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며 크로와상도 하나 샀는데 그거 아니면 박물관에서 체력방전될 뻔했다. 감상문은 나중에 쓰고 일단 수목금토 살아본 로마 생활을 적어 보자면.
1. 숙소
7층짜리 아파트 1층이다. 첫날 주인은 열쇠 4개를 건넸다. 대문, 아파트 건물 출입문, 101호 문, 그리고 내 방 문. 열쇠를 사용해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없다. 심지어 화장실 문 잠글 때도 열쇠를 돌려야 한다. 아무리 돌려도 문은 안 열리고 심지어 열고 나서 열쇠를 빼기도 쉽지 않다. 나흘 지나니 나름 요령이 생겨서 사용이 수월하지만 처음 이틀은 몇 번 해보다 포기하고 기다리다가 때마침 드나드는 주민에 묻어 다니기도 했다. 다행히 때맞춰 나타나는 사람이 항상 있더라. 미소만 지으면 이심전심 상황이 잘 해결된다.
2. 식사
오늘은 제대로 된 파스타나 리소토 먹고자 작정하다. 피자는 내 기준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니다. 18:10. 숙소를 나서서 산책을 겸한 식당 찾기를 하는데.. 이런. 문 연 곳이 하나도 없다. Trattoria 문을 두드려 몇 시에 영업하냐 물어봤더니 19:30이란다.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하릴없이 그저께 갔던 중국집 다시 갔다. 주문하니 잠깐 기다려 줄 수 있냐 한다. 자신들 저녁 식사 시간이란다. 망할. 이럴 땐 한국이 그립다. 아무 때나 밥 먹는 게 이리 힘들 줄이야.
오늘의 픽은 된장국+케첩탕수육+포도주다. 여행과 외래문화의 장점은 일상과 상식을 벗어나는 조합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미역이 들어간 된장국은 약간 짜지만 맛 깔끔하고 파인애플과 파프리카가 들어간 탕수육 아주 맛있다. 여기애 San Lorenzo 와인이라니. 한국에서라면 상상도 못 할 메뉴 조합이지만 여기서는 현실이고 그것도 상당히 멋지고 잘 어울리는 현실이다. 이래서 외래 문물의 유입이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인가 보다. 게다가 이 색다름이 주는 즐거움이라니. 여행은 이래서 항상 기대되고 흥분된다.
3. 로마 지하철
현재 로마는 A와 B 두 개 라인만 있고 3호선 공사 중이다. 내 숙소는 Ponte Lungo에서 5분 거리이고 로마의 교통허브 Termini와 다섯 정거장 거리다. 입구와 출구가 분리되어 있고 입구에서 들어가면 티켓자동발매기가 개찰구 가까이에 있다. 1회권은 1.5유로인데 신용카드 결제하면 수수료 부과되어 2유로다. 첫날 테르미니역에서 1회권을 끊으려는데 오류를 일으켜서 근처 기계까지 다 먹통이 되어 버렸다. 할 수 없이 근처의 담배가게에서 로마패스 3일권을 사는데 기계에서는 18유로인데 가게에서는 18.5유로란다. 72시간 후 칼같이 정지되고 아홉 번을 타야 거의 손해 없는데 난 계산해 보니 여덟 번 탔다. 콜로세오역 티켓발매기 앞에 선 긴 줄을 스킵했다 생각하니 맘이 편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2유로 냈는데 거스름돈 0.5유로를 꿀꺽 한 건 뭐냐. 아, 그리고 신용카드 쓰면 비밀번호 입력해야 한다. 안내언어를 영어로 선택했는데 카드 넣고 한참을 기다려도 반응이 없었다. 결국 물어물어 해결하다. 핀넘버를 입력하라는 안내는 작은 안내창에 이탈리아어로 나오는 거였다. 그거까지 영어 안내 해야지. 또 하나. 출구에서도 한국에서의 버릇처럼 카드 태그할 곳을 한참 찾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밀고 나오면 되는 거였다. 그 버릇 고치는데도 이틀 정도 걸렸다. 승강장 분위기는 완전 ”옥수역 귀신“이다. 이래서 외국인들이 한국 지하철에 감탄하는구나 싶다. 깨끗함. 안전한 스크린도어. 무료 화장실. 아, 또 한국이 그립네.
마지막 하나. 한국처럼 출구 번호가 있는 게 아니라 거리 이름으로 출구명이 나온다. 내 숙소를 가자면 Ponte Lungo 출구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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