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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231106_폼페이

6:50에 나가서 숙소 1층 카페에서 카푸치노와 소시지빵으로 아침을 먹다.


폼페이 왕복 기차표를 지난 2일 6.6유로에 예매했고 오늘 아침 캄파니아 3일 패스를 32유로에 구입하다.  혼자 하는 첫 여행의 단점이다.  경험과 조언이 없다 보니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4일 전에 캄파니아 아르떼 카드를 사용할 생각을 했더라면, 아니 그때 여행안내책자를 들춰 보기라도 했다면 이런 9,200 상당의 돈을 낭비하지 않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아르떼 카드로 나폴리의 첫 2개 관광지 입장이 무료이고 이후는 50% 할인에 대중교통이 무료다.  폼페이 입장료가 22유로이고 (스킵 더 라인 가능) 숙소가 가리발디역 부근이라 주요 관광지와 거리가 멀다 보니 교통비 생각하면 충분히 지출할 가치가 있겠다 싶다.   실물 카드를 사는 것이 아니라 artecard 앱을 다운로드하면 된다.   거의 모든 것이 온라인에서 가능하다.

먼저 구입한 기차표 취소하려니 시간 빠듯한데 진행이 안된다.  단념하고 시간 맞춰 나가다.   가리발디역 지하로 내려가서 1번 플랫폼 찾아가다.   기차는 정각에 도착했고 바다 풍경을 중간중간 즐기며 30분 만에 폼페이에 도착하다.

폼페이역 안에 비치된 무료지도를 꼭꼭 챙겨 가라 하던데 매대는 텅 비어 있다.  옆에 있는 여행사에 가서 한 장 달라하니 고객만 준단다.   다시 역에 가서 티켓판매하는 직원에게 여행안내소 몇 시에 문을 여냐 물어보니 9시란다.  주변 탐험이나 하면서 한 시간 정도 시간 보내기로 하다.   폼페이역 화장실은 고맙게도 무료이다.  감사히 이용하다.

9시 훌쩍 넘었는데도 문은 열릴 기미가 없다.  이상해서 인포메이션 조끼를 입은 여자분에게 물어보다.   6일에서 11일까지 휴업이란다!   문에 붙여져 있는 게 휴업공지문인지 어떻게 안담!!  잘 못 알려준 티켓판매소 직원을 잠깐 원망도 했지만 어쩌랴.   일단 이동하기로 하다.  

구글맵 검색하니 입구인 Piazza Esedra까지 1.5 km, 걸어서 19분, 버스로 8분인데, 버스 기다리는 시간 감안하면 차라리 걷는 게 낫겠다 싶다.   생각보다 직선거리여서 일찍 도착하다.   아르떼 카드로 결제하고 지도를 받다. (지도를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안내책자 맹신이 아침 한 시간을 낭비하게 했다)    습관처럼 오디오 가이드 빌리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는 오디오 가이드가 편했는데 오늘은 좀 아니다.  실제 다녀보니 공간지각력 열등한 나로서는 지도 보면서 장소 찾는 게 쉽지 않았고 장소에 표기된 이름과 지도에 나온 이름이 달라서 헷갈리는 것도 있었다.   많은 그룹의 사람들이 가이드를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들이 좀 부럽다.

하수시설이 없어서 가운데는 오수와 마차, 가축들이 다니고 사람들은 도로 양쪽에 높여 지은 인도로 다녔다 한다.  물길을 터놓은 게 보인다.  

Lupanare.   폼페이의 매춘굴이란다.   1층에 침대가 있는 작은 방들이 있고 그 위에 에로틱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실제 그림은 그 매춘부가 가장 잘하는 기술을 광고하는 것이고 자유가 없는 매춘부(동성애가 금기시되지 않던 시대라 매춘부는 남녀 모두 포함했단다)는 고된 노동에 적잖은 비용까지 물어야 했던 모양이다.   매춘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라는데 약자를 착취하는 인간의 잔인함의 역사 또한 길기만 하다.

수천년된 폐허 위에서 길고양이들이 어울리고 있다.  

발굴 당시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서 얻은 폼페이 최후의 순간의 사람들의 모습.  

줄이 묶인 개의 그림이 타일로 만들어져 현관 바닥에 있다. 정교함과 생생함이 놀랍다

로마시대의 아름다운 타일 바닥.   예술이다.

폼패이역으로 돌아가는 길가에 나팔꽃이 피었다.   타국에서 정겨운 고향의 풍경을 마주한 기분이랄까.  

오늘 투어는 15:30에 종료하고 숙소에 돌아왔다.   이렇게 이른 귀환은 처음이라 낯설다.  그래도 휴식은 달콤하다.  많이 지치기도 했다.    알러지와 기침이 좀처럼 낫지 않는다.   쉬고 나면 좀 덜하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