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보르게세 미술관 예매하느라 진이 빠진 상태에서 아침 든든히 먹고 출발하자고 마음먹다.
Casa per Ferie San Juan de Avila라는 긴 이름을 가진 호텔(?)은 이탈리아 여행 최초로 아침을 제공하는 숙소이다. 역시 로마 중심가에서 멀면 더 싼 값에 더 멋진 숙박을 할 수 있다.

오늘 아침 선택한 메뉴. 크로와상, 파이, 빵과 단백질 보충용 햄과 치즈, 요거트, 시리얼에 우유, 그리고 카푸치노. 과하게 푸짐하다.
Cornelia역 키오스크에서 로마패스 3일권 18유로에 구입하다. 처음 로마패스 구입할 때는 18.5유로였는데 기분 좋은 할인을 받은 셈.
첫 목적지는 포폴로 광장과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이다.

포폴로 광장 들어가는 입구. 문이 예사롭지 않더니 알고 보니 고대 로마 아우렐리안 성벽의 북문이었단다.

성문 바로 옆에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이 있다. 베르니니의 조각과 카라바조의 그림이 있대서 기대가 컸는데…. 공사 중이어서 일 년 간 문 닫는단다!! OTL..

광장의 오벨리스크.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이집트에서 가져온 것이고 로마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것이라 한다.

광장 너머로 산타 마리아 디 몬테산토와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콜리가 있는데 후자에 잠시 들렀다. 영문 안내도 없어서 그냥 둘러만 보다.
국립 박물관 4개 중 어제 팔라초 마시모와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에 다녀왔고 오늘 팔라초 알템프스와 크립타 발비를 마저 구경할 예정이어서 부지런히 걸어갔다.
Casa di Goethe / Villa Medici / Keats-Shelley House (괴테의 집, 메디치 빌라, 키츠-셸리의 집)으로 이어지는 문학루트가 가는 길에 있다. 다들 10시 오픈이고 피렌체에서 사설 박물관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그냥 패스하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 스페인 계단과 마주치다!!

스페인 계단 오른쪽으로 키츠 셀리의 집이 보인다. 여기에서 셸리가 25세에 결핵으로 사망했단다. 10시 오픈이라서 패스.
저 앞의 안내문을 읽고 있는데 여자아이 둘이 와서 같이 읽다가 “Too much read!” (읽을 게 너무 많잖아!) 하면서 가버린다. 역시 인스타그램 세대인가 ㅋ. 하긴 바티칸 성당 계단에 어린 유럽 남자애들 무리가 앉아서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내 티스토리도 말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스페인 계단은 알고 보면 공간적 문제를 건축학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저 높은 PIncio Hill(핀쵸 언덕)에 있는 Trinita dei Monti 성당과 한참 아래에 있는 스페인 광장을 어떻게 연결할까 궁리하다가 계단을 만들게 되었고 계단 설계도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것이라 한다.
마침내 팔라초 알템프스에 도착하다. ㄷ자형 박물관 전면이 멋있다.

알템프스의 주인공은 “바다 거품에서 건져지는 비너스”와 “골족 사내의 자살”이다. 알템프스 가문이 소장했던 로마 초기 수준 높은 그리스 조각 복제품이 많고 이집트 조각상도 있다.






다음은 크립타 발비. 간판은 보이는데 출입문이 없어서 불길하더니 아뿔싸! 또 공사 중 휴관이다! 아니 그럼 공지라도 해야지. 구글에서도 오픈이라 했는데!!
하릴없이 돌아서서 판테온으로 향하다. 올해 7월부터 유료로 바뀌어서 입장료 5유로 내야 한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카드만 가능한 키오스크 앞 긴 줄에 들어가서 마침내 티켓 끊고 입장하다.





로마의 가장 인상 깊은 건축 하면 단연코 내겐 판테온이다. 건축 당시 모습을 이천 년 동안 간직했다고 하는데 들어가자마자 눈에 가득 들어오는 둥근 천장과 가운데 뚫린 원형 구멍의 신선함은 압도적이다.
조각과 그림, 타일과 스테인드 글라스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대성당(그것을 모방한 작은 성당도 마찬가지)은 웅장하지만 까닭 모를 숨 가쁨이 느껴진다. 그러나 판테온의 간결한 기하학적 지붕, 특히 둥근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바람은 자연을 들여오고 무거움은 덜어내면서 고요하게 만든다. 물론 세월이 지나면서 판테온도 가톨릭 교회로 쓰이면서 각종 성인들의 조각상이 들어섰다. 유명인사들이 판테온을 무덤으로 쓰는 유행이 생겨 라파엘과 비토리오 엠마뉴엘레 황제의 관도 있다. 그러나 위를 올려다보면 수학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천장과 자연 그 자체인 하늘은 인공적인 감동을 초월한 그 무엇이다. 무위자연의 아름다움이다.
판테온을 나서서 앞 광장에 있는 분수대 사진을 찍고 무사히 버스 타고 숙소로 귀환하다. 오늘은 박물관 하나만 관람한 탓인지 17,000보 조금 넘는다. 관광노동 덜한 셈. ㅋ.



점심으로 먹은 Tortellini Panna C Proscutto와 이탈리아 맥주.

이탈리아 와서 젤라토 안 먹을 수 없다. 기침 때문에 피했지만 오늘은 콜록거리면서도 먹었다. 신선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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