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철원여행1_학마을캠프

지난 일~목까지 허랑방탕하며 보내다가 예약해 둔 학마을 캠프( 캠핏 | 학마을캠프 (camfit.co.kr) )로 이동하다.   캠프장은 학저수지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학저수지 여명"은 철원9경 중 9번째이다.   숙소에서 차로 4.3km.   가깝기에 선택한 것이지만 겸사겸사 잘 됐다.    이번 캠핑푸드는 자담치킨이다.    숙소 근처에 가게가 있고 아는 지인이 오픈을 고민하기에 한번 먹어보기로 한다.   16:30에 미리 주문해둔 자담 마늘치킨을 픽업하여 출발.   17:00 전에 캠핑장에 도착하다.   개인이 운영하는 이 캠핑장은 꽤 넓고, 데크, 파쇄석, 펜션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아이들을 고려한 물놀이장과 트램펄린 등이 있지만 그리 잘 사용되지는 않는 듯 하다.    캠핑장 가운데 위치한 작은 건물에 화장실 샤워장 개수대 분리수거장이 있다.   세월이 느껴지는 묵직한 목재로 된 출입문.   맘에 든다.   모든 시설은 깨끗하고 정갈하다.  샤워장 온수는 07:00~23:00까지.   

 
오늘 밤은 세 팀 정도만 캠핑하나보다.   내 데크 사이트(1번) 옆에는 키 작은 개복숭아 나무 몇 그루가 심겨져 있어 이웃 데크들과의 자연스러운 경계와 가림막이 되고 있다.   은둔경향이 있는 나에게 이러한 고립감은 편안하다.   데크는 이제까지 본 것 중 가장 넓다.  (4.2*7.5)   바로 앞은 저수지이고 둘레길이 있어서 산책하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이따금씩 지나간다.  키 작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있어  확 트인 전망은 아니지만 그래도 캠핑 의자에 앉아 저수지를 바라보기에 부족함은 없다.  항상 그렇듯 소박한 장비를 순식간에 펼쳐 놓고 하룻밤 묵을 준비를 하다.   여름 해는 길고 강하고 타프 같은 럭셔리한 장비가 없는 나는  키 작은 나무들의 그늘을 찾아 이리저리 의자를 옮기며 치맥을 하고 지인들과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 받는다.    20:00가 넘어가니 땅거미가 지고 벌레들이 왕성하게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화로에 불을 피울 시간이다.    여름밤이라 장작불이 좀 덥기는 하지만 모기와 날벌레를 쫓아낼 수 있고 불멍도 즐겨야 하니 포기할 수 없다.  관리실에서 구매한 만원 짜리 참나무 장작은 불이 잘 붙는다.   지인이 선물해 준, 부탄가스에 부착해서 쓰는 토치도 화력이 세다.   행복하고 중독적인 불멍시간.   국물이 땡겨 라면 반개를 끓이다.    램프를 켜 놓고 먹으니 화로 옆인데도 날벌레들이 정신없이 달려든다.   할 수 없이 김치 집어 먹을 때만 램프 잠깐 켜고 계속 꺼두다.    의도치 않은 스텔스 캠핑이 되고 만다.    그렇지만 뜻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주변이 저수지라 인공조명이 없고 나도 램프를 꺼 두니 완전 별빛뷰 맛집이다.   저렇게 선명한 북두칠성을 본 적이 언제더라?    화롯불의 열기가 부담 없는 적당히 선선한 온도, 주인장의 강력한 정책에 의해 소음이 없는 조용한 캠핑장, 알퐁스 도데의 별이 연상되는 하늘 가득한 무수한 별들, 가볍게 올라오는 맥주의 취기.   행복한 캠핑이다.    별멍과 불멍을 반복하다 굴에 들어가듯 작은 텐트에 기어들어가 잠을 청하다.  

다음 날 언제나처럼 새벽에 잠을 깨다.   주택가라면 참새들 지저귐이 소란스러울텐데 여기는 가끔씩 물새들이 끼욱댈 뿐 그리 시끄럽지는 않다.    평소처럼 밀크티를 끓이고 수제스콘 곁들여서 간단한 아침을 때운 후 장비를 걷다.   샤워를 하고(주인장이 온수를 켜지 않았나보다.  하긴 토욜 아침 7시니 쥔장도 아직 일어나지 않으셨나보지) 저수지 둘레길을 걷다.  상당히 넓은 저수지인데 데크길이 가로 지르고 둘러서 잘 설치되어 있다.   겨울철새들이 주로 오는 곳이라 그런지 새들이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기후 위기 탓인지 아침 햇살도 무자비하게 뜨겁다.   연꽃 군락지가 있지만 꽃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연은 원래 한여름이 제철이니 조금 있으면 아름다운 연꽃으로 저수지가 뒤덮이겠지.    

08:30.   철원 투어를 위해 캠핑장을 떠나다.    하룻밤 나그네를 품어 준 저수지와 캠프 사이트.    그네들은 무심하지만 떠나는 사람은 혼자 조용히 중얼거린다.   아디오스, 고마웠어..